스크랩

[스크랩] 교사 입장에서 학교 청소에 대한 기사를 보고

다음민우 2007. 7. 17. 14:08
경력 20년이 거의 되어가는 교사입니다.

요즘 학생들이 청소하기 싫어하고, 아무래도 집안일을 안 해 봐서 하는 것이 서툴고 마무리가 깔끔하지않아 예전보다 교사의 손이 많이 가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래도 기사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 모두 안하무인은 아닙니다.

특히 선풍기 청소는 여름이 시작할 무렵과 끝날 무렵 2번 정도 하는데, 해체와 조립 과정이 있어서인지 아이들도 그렇게 싫어하지 않고 서로 하려고 하고 어른인 저보다도 깔끔하게 해 놓습니다.

실제로 "교무실 청소를 왜 학생이 해야 해요?"하고 묻는 학생이 있습니다. 이 때 "어떻게 저 따위로 말을 할까.."하고 한심하게 여기기보다는 학생 입장에서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갖고 답해줍니다. "글쎄, 청소 시간엔 선생님들도 일제히 각 구역에 가서 청소지도를 하시잖니..."아이의 반응에 따라 부연설명을 붙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질문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해주는 것만으로도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청소를 할 때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고, 미진한 부분은 드러내 꾸짖었습니다. 그러나 제 아이를 키우면서 보니 아이들이 청소를 하는 자체가 대견하고, 제대로 못하는 것이 눈에 거슬리지 않더군요. "제대로 야무지게 닦았구나." "구석까지 신경쓰다니..청소하는 법좀 아는데.." 이 말 한 마디에 더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보면 칭찬하는 것이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걸레를 제대로 빨 줄 몰라 물을 뚝뚝 흘리며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들도 있고, 건성건성 빗자루질을 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만, 야단치기보다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시범을 보이면 대부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솔직히, 10분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짬짬이 밀린 잡무를 해결하려다 보니 근처에 오가는 학생들에게 심부름을 시킬 때가 많은데, 저희 학교 동선이 길다보니 미안할 때가 많습니다. 먼저 '지금 바쁘지 않니?" '이것좀 ** 교무실에 전달해줄 수 있을까?'..이런 식으로 부탁하면 대부분은 싫은 내색하지 않고 도와줍니다. 고마움의 표시로 작은 쵸콜렛이나 사탕을 주면 날아갑니다..^^ 정말 바쁜 학생들은 '지금 바쁘지 않니?'라는 질문에..미안해 하며 자신이 심부름 하기 어려운 이유를 말해줍니다.

학생들 편에 서서 생각하면,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청소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명령받고 제대로 못하면 혼나는 것이 아니라, 참여를 유도하고 제대로 못하면 방법을 가르치는..

가장 골칫거리였던 화장실은, 저희 학교의 경우 작년부터 용역을 맡기고 있습니다..개인적인 바람은 앞으로 교육재정이 늘어나면 청소는 그야말로 교육적 차원에서만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실과 복도 정도만 했으면 합니다. 단순히 요즘 학생들이 청소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전담해주시는 분이 있으면 훨씬 효율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시기 때문입니다. 물론 돈이 문제겠기에 교육재정이 늘어나면..이라는 단서를 붙여 보았습니다.

그냥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학생이든 교사든 학교에 정상적인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물론 학교에 이상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몇몇 교사나 학생들이 학교 현장을 어지럽게 하고 비교육적 행태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여러 가지 대책과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 점에 대해 정말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의 일을 전체의 일인양 쓰는 신문기사를 보고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을 보노라면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댓글 속에서 교사와 학생이 편을 갈라 싸우는 느낌이랄까요..댓글을 달 때는 학생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한두 교사를 생각할 테고 교사 입장에서는 유난히 힘들게 하는 몇 학생을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댓글 속에서 교사를 향해 비수를 던지는 학생들도 아마 학교에서는 좋아하는 선생님도 있고 어떤 교사의 칭찬 한 마디에 힘이 날 것이고, 요즘 아이들 괘씸하다 투덜대는 교사들도 교실에서 자신이 맡은 아이들 대견한 행동에 감동하고 아이들 덕분에 힘이 날 것입니다.

좀 건방지게 들릴 수 있겠습니다만, 다음 말로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당신이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듯
대부분의 교사들도 그렇습니다.
당신의 자녀들이 아직 순수하고 예의를 지키라 배웠듯이
대부분의 다른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출처 : 교육개혁
글쓴이 : 허수아비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