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주체는 아이다. 그런데 아이는 늘 학교가 싫고 부담스러워 한다.
아침부터 아이의 등교를 위해 한시간의 전쟁(?)을 치루고 나면 오전내내 정신이 멍하게 보낸다. 친구들이 놀리고 규제하는 것이 많아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아이... 그래도 아이의 학교생활을 강권해야만 하는 엄마인 나. 둘다 지치고 우울한 아침을 보내는 일상이 무척이나 괴롭고 힘겹다.
ADHD를 판정받고 약물치료와 놀이치료를 했던 아이에게 서서히 반가운 변화가 생겼다.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는데 이번주 월요일부터 아이의 학교생활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보살펴 주던 담임선생님이 출산휴가를 내고 임시 담임선생님이 오셨기 때문이다. 연세도 많고 아이에 대해 이해하지도 못하는 임시 담임선생이기에 아이도 나도 긴장을 했다. 그러나 불행한 예감은 언제나 적중했고 아인 오늘 아침엔 1시간 이상을 늦장 부리기로 '학교가기 싫다'는 자신의 의지를 확인 시켜 주었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의 출산휴가가 임박했다는 생각에 실은 한달여부터 대안학교를 알아 보고 아이가 편히 학교 생활을 할 수있는 곳을 수소문하기 시작했었다. 지인들이 추천하는 곳을 찾아 가 보고 여러 자료들을 놓고 고민을 하며 대안학교를 보내는 학부모에게 조언도 구하며 나름대로 대안학교란 곳에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알면 알 수록 난망한 일은 아이가 일반 학교에 다니며 느껴야 하는 암담한 현실만큼 대안학교 또한 아이와 학부모가 편히 이해하며 인정하기엔 만만치 않는 거대한 벽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교육이란 부족함이 있는 아이에게도 희망을 주고 올곧게 성장할 기회의 균등이 필요하다
대안학교, 정말 대안이 될 수 있는 학교일까? 내가 알아 본 몇곳의 실례를 놓고 답을 찾아 보자.
첫째, 학력인정이 안된다. 대안학교는 정규학교가 아니기에 초등학교 과정을 대안학교로 시작하면 이후의 교육과정 또한 대안학교로 이어져야 한다. 만약 중간에 일반학교로의 전입을 하기 위해선 모든 학력인정은 검정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결국 의무교육인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어 법적 처벌은 이뤄지지 않더라도 학부모와 아이는 법을 어기는 마음의 부담을 지며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다. 소수로 이뤄지는 수업과 여러 특별한 교과 과정으로 인해 월 30만원부터 38만원 정도로 교육비는 사립학교 정도 되지만 문제는 기부금과 운영비 입학금이 몫돈이다. 통학을 위해 지리상 내가 선택한 몇곳의 대안학교는 입학시 최고 730만원부터 638만원 정도였다. 어지간한 가정은 엄두를 내지 못할 금액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포기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현실의 경제적 부담이 가장 컸다면 무능력한 부모라 질타를 할까?
셋째, 일반학교와의 연계수업이 불가능하다. 우리 아이처럼 치료를 통해 일반 학교로 재등교 할 경우엔 별다른 길이 없다고 한다. 결석처리로 하던지 아니면 1학년으로의 입학만이 허용된다고 했다. 결국 대안 학교를 나와 같은 이유로 선택하기엔 현실적으로 난망한 일이란 결론이다. 그러므로 각 대안학교만의 특성교육과 일반 학교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좋은' 교육이 있다고 해도 선택의 폭은 한 없이 좁았고 결단은 너무 큰 부담이 된다.
넷째, 학부모와 아이, 그리고 학교 생활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 구조가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 부모들에겐 불가능했다. 직업을 가진 부모가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낸다는 것은 결코 할 수없는 일이었다. 등하교부터 아이의 지원활동과 학교생활 참여는 일을 해 가정을 돌봐야 하는 부모로서는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경제적 부담은 엄청나게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일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 생각보다 심각한 결단을 요구했고 대안학교 입학을 포기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우리 아이와 같은 아이들에게 대안이 되는 대안학교가 필요하다. 대안학교, 진정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이후에도 이런저런 문제점들은 많았다. 대안학교를 다닌 아이들의 성공한 사례들이 여럿 나와있지만, 그것 또한 완벽한(?) 검증이 이뤄진 것은 없었다. 그저 친근함과 소수의 인원으로 교육의 주체인 아이를 존중하는 학습이라는 너무 막연한 학교생활의 안내는 일반학교를 포기하고 경제적 현실적 어려움속에 새로운 교육환경을 찾는 나에겐 대안다운 대안이 되기엔 허술하고 막막함만 더해 주었다.
외국어 고등학교의 시험지가 유출되고, 과학고를 보내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학원가를 전전하게 한다는 뉴스. 얼마남지 않은 수학능력 시험 얘기와 무슨무슨 대회에 보내겠다고 마음을 다지는 주변의 학부모들의 푸념은 이제 1학년, 8살박이 아이가 마음 편히 다닐 초등학교를 찾아 헤매는 내게는 행복한 아우성으로 들릴뿐이다. 그리고 그런 급박한 마음에 찾아 본 대안학교는 더 이상 나의 '희망'이 되지 못함을 깨닫게 했다.
일단의 많은 이들은 말 할 것이다.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이유가 잘못되었다고... 그러나, 세상 어느부모도 마찬가지 아닐까. 아이의 성장과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고 아이가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사회인으로 인정 받으며 다닐 학교가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아이를 위해 선택하려고 했던 대안학교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나는 부모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너무 높고 너무 망망한 대안에 대해, 그리고 그런 조건들이 지닌 한계또한 반쪽자리 대안일 뿐이란 현실에 대해.
세세한 내용으로 특정 학교를 지칭할 수도 있고, 다수의 진정한 대안학교의 뜻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에 몇곳의 초등교육과정의 대안학교를 탐색해 봤던 내 개인적 견해만을 피력했다. 대안학교를 선택해야 하는 나와 같은 학부모들의 고민이 한층 깊어질 대안학교의 현실에 나는 오늘 아침에도 아이와의 한바탕의전쟁을 겪은 후 무사히 학교에서 돌아 오기만을 가슴 졸이며 기다린다.
세상 어디에 우리 아이와 같은 아이들이 존중받고 행복하고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할 곳이 있을까. 현실적 부담감이 커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대안학교를 접어두고 적은 학생수와 편안하고 안전한 작은 학교를 찾기 위해 전국 교육청 사이트를 뒤지며 아이가 다닐 학교를 찾아보는 이 아침, 내 가슴은 한없이 막막하고 답답하다.
첨언
서울북부와 경기북부 일원에 있는 초등과정의 대안학교를 알아 봤던 나의 사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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