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교육

학생들에게 비친 내 수업은?

다음민우 2007. 2. 24. 02:22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 수업시간에 수업평가 비슷하게 설문지를 받았다.

 

훗... 신규시절에 누구나 다 한다는...

평가지를 조금 생각하고 만들어야 하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서 재과만 싸이트의 어느 선생님이 올려주신 수업평가지를 조금 수정해서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어찌하다 보니 3반만 빼고 다 받았다.

받고 나서 쉬는 시간에 읽어볼때는 아이들이 쓴 내용이 마냥 웃겼는데, 시간이 지나고 좀 차분한 마음으로 읽어보니 뼈있는 내용들도 꽤 있다.

 

하지만, 생각한대로 보인다고 자꾸 내가 생각하는 쪽의 아이들 의견만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좀 자세히 보고 분석해야 하는데, 우선 눈에 띄는 것 몇개만...

 

울학교에서 가장 과학 성적이 좋은 태현군의 의견...

이 녀석은 그래도 개발활동 과학반, 방과후 학교 과학반 등 과학쪽 활동을 많이 해서 다른 아이들보단 실험을 많이 했긴 했는데, 그래도 많이 부족했나 보다. (사실 인정한다. -_-;;)

진도나간다고, 실험준비하기 귀찮다고 소홀히 했는데 핵심을 꼭꼭 찌르는 얘기.

 

문학소년(?) 황동건의견.

2학기 중간에 한 단원을 조별 발표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의 평가가 아주 부정적이다.

사실 나도 시키면서도 아이들이 정말 싫어하고 어려워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만큼 아이들이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잘 못한다. 발표력을 키워주고 싶었는데, 내가 준비가 좀 부족했다는 생각도 들고...

조얘기는 정말 핵심을 잘 찔렀다. 2학기때 들어서 1학기 과학성적으로 조를 짰는데 성적이 높아도 실험에 집중하지 않는 애들이 있는 조는 실험하기 어려웠나보다. 동건이 의견처럼 성적보다는 과학을 좋아하거나 실험능력이 있는 아이들을 각 조에 한 명씩 넣어야 겠다는 생각.

 

2학기 초에 전학온 최다슬 의견

흐흐.. 그래도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잘 들어서 잘 이해하는 줄 알았는데, 어려웠나보다.

"재밌게 가르쳐주신" 이라는 말에 집중...

그렇다. 사실 수업에서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 보다 은근슬쩍 내가 아이들 웃길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_-;

 

가장 나에게 많이 까불었던 박주성의견.

같이 장난 많이 쳤긴했는데.. 흐흐.. 사실 내가 느끼기에 가장 정확하게 내 수업에 대해 얘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이 재미있었던 것은 내가 비교적 아이들 수준(?)과 많이 맞았다는 점.

진도나가냐고 과학반, 방과후학교 과학반 이외의 수업에선 실험을 많이 못했던 점.

시험문제 낼 때 아이들을 넘 과신(?)해서 학습지에 적힌 내용보다 내가 말로 설명했던 것 위주로 내서, 수업에 집중하지 않거나 말한 것들을 잘 적지 않은 학생들에겐 매우 어려웠던 점.

(사실 수업에 집중을 했어도 기억을 하기란 어렵지..)

 

우리반 투덜이, 엉뚱이 (내가 생각하기에 흐흐 -_-) 박재우의견.

가장 뜨끔했던 의견이다. 내가 언제 밤까지 남겼을까? -_-;; 변명을 하자면, 나도 이 녀석 점수 잘 줄려고 노력했고 실제로도 노트 점수 잘 줬다. 근데 기억이라는 것은... 좋거나 나쁜것만 과장되어 기억되는 것 같아서... 근데, 잘해줄려고 해도 가끔 맥빠지는 소리해서 좀 화좀 냈었지 후후...

암튼 나때문에 과학이 싫어졌다니... 진심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에고고... T_T

 

컴퓨터 많이 하는 우리반 곽희환의견

"내가 유일히 집중했던 과학수업" 에 집중. 정말 희환이는 다른 수업시간엔 어떤지는 몰라도 과학수업엔 집중했다.

내 기억엔 언젠가 수업시간에 항상 자거나 딴생각하는 희환이를 불러서 진로라든지 이런저런 얘기를 한 기억이 있다. 얘기를 들으면서 희환이가 수업 잘 듣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 이후로 과학 수업시간에 집중을 한 것 같다. (사실 과학에 얘가 흥미있어 했다.)

학기초에 집안사정으로 많이 걱정하기도 했었고, 맨날 물건 잘 잃어버리고 깜빡하기도 해서 많이 혼냈었다.

한번은 필통이고 필기도구도 계속 안갖구와서, 필통하나 사서 샤프하나 볼펜하나 넣어서 이름표 붙이고 줬더니 그건 학기 끝날때까지 잃어버리지 않고 잘 갖고다녔다. 기특하기도 하고... 사실 수업때 내가 준 샤프쓰는 것 보고 많이 뿌듯해 했다. 후후

 

 

더 많은 의견들이 있고, 얘네들이 원하는 수업이 뭔지 분석을 해야 하는데 잘 정리가 안된다.

아이들의 의견을 보고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나를 좋게 봐주고 긍정적 의견을 내는 이유가 내가 젊고 아이들과 비교적 가깝게 지냈기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이야 이런 이유가 통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통하지 않는 것들인데...

이런점보다 수업을 잘해서, 뭔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겠구나 하는 생각과 아쉬움이 든다.

 

올해 다시 이녀석들을 맡을 확률이 매우 큰데, 올해는 부족한 점들을 조금씩 채워나가야지... ^^

기대하시라..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