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개교기념일... 황금같은 날이다. 2년만에 온 것 같다.. ^^
방학과는 또 다른... 약간 땡땡이 치는 듯한 느낌... ㅎㅎ
이 뜻깊은 날에 무얼할까 고민하다가 신과람에서 처음 뵈었던 전경아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지난주 수요일날 무작정 전화를 드렸다. 물론 흔쾌히 승낙을 하셨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너무 경우없이 전화를 드린 것은 아닌가 싶어 좀 죄송스러웠다. 그래도 괜찮다며 친절하게 답변주시고.. ^^ (감사합니다.)
전경아 선생님.
신과람에서 제일 처음 만났던 선생님 중 한 분이시다. 2006년 임용된 뒤 3월쯤 신과람 HASA 연수를 신청했었는데, 그 때 깡통분광기 실험을 소개해주셔서 처음으로 뵙게 되었었다. 그 실험은 분광필름과 깡통만 갖고 너무나 간단하게 멋진 분광기를 만들어서 기억에 남았던 연수였는데, 무엇보다도 전경아 선생님의 친절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호기심이 가득한 모습이 전화영 선생님과 이은경 선생님을 뵙는 듯한 느낌이어서 매우 인상깊었었다.
하지만, 미국으로 연수를 가시는 바람에 신과람에서는 잘 뵙지 못했었다. 하지만 작년 쯤 돌아오셔서 다시 신과람에서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또한 같이 일도 하게 되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
암튼... 전경아 선생님이 계신 한울중으로 출발...
한울중학교. 서울지역 혁신학교이다.
경기도와는 또 다른 혁신학교. 여기도 배움의 공동체가 있고. ㄷ자형 수업. 수업혁신이 있다.
아이들은 우리학교 아이들보다 더 크다. ㅎㅎ 그래도 수업에서 보니 순진해 보인다.
이제 수업에 대한 얘기.
2학년 태양계 수업.
본격적인 본수업을 하기 전에 아이들이 다른 단원에 대해 "태양계"에 대해 많은 선지식과 오개념을 갖고 있어서, 그것을 알아보는 수업을 하셨다고 했다.
조별로 태양계에 대해 아는 것과 태양계에 대해 궁금한 것을 적어보게 하고, 종이를 칠판에 붙여 다른 조원 학생들에게 읽어주고...
조를 구성하는 것도 아이디어인데... "여우", "토끼", "고양이" , "개" 뭐, 이런 식으로 반마다 과학 성적으로 4개의 그룹을 만들어 조별로 각 그룹의 학생들이 한명씩 들어가게 하고, 남녀가 골고루 들어가게 아이들끼리 조를 짜라고 해서 구성하셨다고 한다.
같은 조에 여우가 2명이 있으면 힘의 균형이 맞지 않다는 식으로 아이들을 이해시키고.. (그래도 왠만한 눈치가 있는 학생들은 다 알지만.. ^^)
조는 자주 바꾸지는 못하고 한 학기에 한번씩...
그리고, 아이들이 갖고 있는 지식을 파악한 뒤 학습지를 수정하신다고 했다. (역시 대단한 노력이시다! 아이들의 생각을 받아본 결과 태양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하고,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이 아닌 것은 알고 있으나, 아예 명왕성 자체가 없어진 것으로 아는 학생들도 여럿있다는 것을 파악함.)
학습지는 단순히 교과서 순서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교과협의회를 거쳐(여기는 혁신학교 답게 교과협의회가 상당히 잘 운영된다고 한다. 특히 과학과는 모두 뜻맞는 선생님들이시라 협의회가 많고 수업공개, 참관이 매우 자유롭다고 하셨다.) 꼭 필요한 학습요소(개념)을 선별한 뒤, 재구성을 하신다고 한다. 단원별 차시의 총 갯수도 중간, 기말고사까지의 기간을 고려하여 잡고...
(그렇다고 진도에 맞춰 급하게 나가는 것이 아닌, 꼭 필요한 것만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소화할 정도의 지식을 여유있게 가르치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그래서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면서도 차시와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교과서에는 없지만 1차시는 "태양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를 다루고 2차시는 지구가 둥근 증거에 대해 다룸. 보통 1차시에 학습지 한 장 정도를 나가지만, 아이들이 이해를 잘 못하면 급하게 나가진 않으신다고...
위 학습지가 오늘 내가 볼 수업의 내용이었다. 지구가 둥근 증거로 동쪽으로 갈수록 해뜨는 시간이 빨라진다는 것을 아이들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좀 진도가 느려졌다고 하셨다. (여기는 교사의 수업으로 하셨던 것 같다.)
지구가 둥근 증거2는 8개의 조가 제비뽑기 같은 것을 해서 자신이 조가 선택한 것을 미리 조사를 해와서 발표하는 식으로 수업을 구성하셨는데, 2개의 조가 같은 내용을 발표하지만 2개의 조에서 다른 발표가 나올 수 있고, 반복해서 들으면 더욱 이해를 잘 할 수 있으니 크게 신경쓰지 않으신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조금은 어설픈 면도 있지만, 아이들의 언어라 습득이 빠르다고... (내가 예전부터 꿈꿔온... ^^)
또한 학습지의 수준은 혼자서는 해결 못하고, 조별로 해결해야할 정도로 약간 높게 잡아야 조별로 얘기하는 것이 활발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아는 것과 가르칠 정도로 정리하는 것은 별개의 수준이라는 것..
그 다음에 보여준 학습지는 1학년 학습지.
요 학습지도 정말 선생님(들)의 노력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학습지였다!!! 1학년 수권 부분에서 사용하는 학습지인데, 선생님이 1학년도 들어가셔서 보여준 학습지.
TV에서 인기가 많은 '인간의 조건' 프로그램의 '물없이 살기' 편을 보여주고, 물의 사용량, 중요성에 관한 것으로 수업을 구성하셨다.
아이디어의 시작은 교과서에 나온 아래 내용이 시작이었다가 협의회를 거쳐 이렇게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와 수업으로 구성하신거라고 하신다.
수업의 동영상은 이런식으로 학생들이 보고 생각하고 적을 수 있도록 구성하신다고 한다.
그리고, 시험도 이 학습지에서만 내신다고 한다. 동영상도 물론 시험범위.. 굳이 시험지 검사를 하지 않아도 여기에서 시험문제가 나오니까 대다수의 아이들은 학습지 정리를 잘 한다고 한다. (주변 학원에서는 싫어한다고...)
지난번 과학교육학회에서도 느꼈지만, 훌륭한 교사일수록(수업일수록) 평가와 수업이 일치하고, 평가계획이 수업의 계획단계에서 이뤄지는 것 같다.
과학을 가르치는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과학이 좀 더 내 이야기가 될 수 있어야... 너무 흔해진 이야기지만...)
지구상의 물의 분포도 실제 구성 % 만큼 수조에서 퍼내기(?) 같은 것을 계획하고 계신다고...
요거는 반별 조별 수업태도표. 상벌이 확실해야 학생들이 잘 참여할 수 있다는...
(이거 정말 대단하시다. 왠만한 정성으로는 요런거 잘 못한다는...)
요건 진도표... 진도표까지 이렇게 표로 만들어 체크!!
(난, 맨날 아이들한테 물어보고 확인하는데... -_-)
이제 수업시작!
미리 어느 한 조를 지정해서 지난번에 수업한 내용의 핵심을 칠판에 적어 놓게 한다고 하신다. 대신 핵심어는 괄호넣기로...
센스쟁이 전경아 선생님!!! ^^
티셔츠를 보면 태양계 프린트가! 요런 것이 학생들에게 재미를 느끼게 하고, 선생님도 어깨가 으쓱해지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체육수업을 끝마치고 와서, 게다가 4교시!!! 아이들이 흐트러질만도 한데.. 다들 집중하고 수업을 잘 한다. ^^
아이들도 참 순한 것 같고... 그걸 이끌어 내신 선생님도 대단하시고...
교실배치는 ㄷ자형과는 조금 다른 식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조별수업... (뭐, 꼭 ㄷ자형으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 이정애 교감선생님이 언급하셨지만... 학생들이 교사와 등지고 있는 것은 조금 눈에 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선생님만 이런 배치가 눈에 거슬리는...
15분 동안 선생님이 기본설명을 하시고, 다음 15분 동안 조별 학생들이 발표를 준비할 시간을 주셨다.
발표 준비동안 선생님은 조별로 돌며 힌트를 주고..
또 아이들이 발표에 도움을 줄 ppt와 실험도구(지구본) 등을 제공해주신다.
아이들이 ppt를 준비해오거나 유사한 발표자료를 준비하게 하면 부담스러워하여 발표를 잘 안할 수 있다고...
대신 아이들이 교사가 준비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힌트를 주시는 것 같다.
요사진 대박! 빔프로젝터에서 나오는 빛을 지구본으로 가리니 정말 월식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이 모두 "오~~~" 하며 감탄했던... 증거... 와 발표...
역시 아이들의 발표...
사진엔 안 찍혔지만, 마지막에 발표를 한 남학생의 발표도 인상깊었다.
약간 건들건들하며 발표 했지만...
지구가 둥근 것을 지도에서 증거를 찾은 학생..
"제가 어렸을 때 형하고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제가 영국에서 미국을 가려면 지도를 이렇게 가로질러가야(영국 -> 유럽 -> 아시아 -> 미국) 되? 라고 말하자. 형이 내 머리를 치며.. 바보야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로 가면 되라고 말했다" 라면서...
실제 지구는 둥근데, 세계지도를 나타낸 것은 평면으로 나타내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정말 형이랑 저렇게 대화를 나눴는지는 의문이지만... 암튼 발표를 참 잘했다. 능글능글하면서도 약간 어눌했지만 머리 속에 꼭 남았던...
수업이 끝나고 몇명에게 수업이 배운 내용에 비해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는지... 시간은 적절한지 물어보자, 딱 적당하고 수업한 내용을 머리속에 넣기 적당하다고 한다. 많이 만족스러워하는 느낌.. ^^
평범한 듯 하지만, 평범하지 않았던 수업이었다!
좋은 수업을 보게 해주신 전경아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 ^^
식사를 하며 전경아 선생님과 얘길 나눴지만..
오늘 한 내용을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달한다면 훨신 효율적(?)으로 짧은(?) 시간안에 정확하게 "전달"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전달한 지식에서 배움이 일어날지는 모를 일이다.
우리는 밥과 반찬을 먹으며 맛과 향과 모양을 음미하며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만, 음식물의 영양소만 약으로 만들어 준다면 영양소가 전달은 될 수 있어도 먹는 재미는 없을 것이다.
모둠 수업에서의 학생들끼리의 대화(비록 수업에 관련이 없더라도...)는 수업에서 배움이 일어나게 하는 매우 훌륭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암튼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 수업이었다.
아래는 수업시간에 했던 메모들...
(북극성 모형은 과학교육학회에서 김중복 교수님이 다루셨던 광원의 모양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북극성의 모양을 ★모양이 아닌 커다란 원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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