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실기.. 작년 학생들이 수업태도가 매우 좋은 학생들이었고, 주변에 나와 비슷한 연령과 경력을 가진 선생님들이 수업실기를 해서 등급을 받으신 분들이 여럿 있어서 기회라 생각하고 준비했었지만, 등급은 받지 못했다.
'과학수사대를 소재로 불꽃반응으로 범인을 찾는 수업'을 했던 예선의 경우, 준비도 많이 했고 소재면에서 학생들이나 심사위원들의 흥미를 끌만한 소재여서 호응이 괜찮았지만, 본선에서 했던 '저항이 큰 시온스티커 찾기 수업'의 경우 과학수사대 만큼의 참신함이 떨어지고 수업 중간에 조용히 시온스티커를 만드는 활동이 약간의 지루함마져 느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심사하신 분들도 조금 지루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올해의 경우 수업실기가 마지막이였고, 나도 작년에 했던 것이 아쉬움이 남아 다시 준비를 했다.
운좋게도 교육과정이 바뀌어 작년 3학년 불꽃반응 수업내용(7차 교육과정)이 올해 2학년으로(2007개정 교육과정) 내려왔고, 또 7차에서 1학년에 있었던 영양소 검출이 2학년으로 올라와서, 이 두가지 내용을 가지고 아예 과학수사대를 소재로 하는 수업으로 나가기로 했다.
예선은 작년에 했던 불꽃반응 수업을 조금 보완해서 했는데, 다행히 통과했고...
본선의 경우 영양소 검출과 지문검출 실험을 조합하여 '사라진 특수분유와 논문에 남아있는 지문으로 범인을 찾아라' 라는 수업을 했다.
1. 수업의 시작 및 아이디어
수업의 아이디어의 시작은 예전에 우연하게 봤던 유전병 아기들을 위한 '특수 분유'를 제조하는 업체에 대한 내용에서 얻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214&aid=0000187455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214&aid=0000121678
매일유업.. 실제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매우 다양한 특수분유를 만들고 있었다. (http://www2.maeil.com/maeil_media/special_milk.jsp)
이중에서 '프로테인 프리'라고 하는 분유가 수업에 이용할 만한 것 같았고...
여기에다 닌히드린 반응을 이용한 지문검출 실험을 넣기로 했다. 어차피 닌히드린이 검출하는 것은 땀에 남아있는 아미노산을 검출하는 반응이므로 영양소 검출 실험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SSCS 모형에 따라 스토리를 짰다. (스토리는 올 초에 대충... 물론 좀 과장되고 허구적인 내용이지만.. 실험 동기 부여를 위해)
2012년 10월 어느 날
세계는 지금 한국의 M모 기업에서 개발한 특수 분유에 온갖 집중이 쏠려있다. 유전병의 일종으로 태어나자마자 펩신과 라이페이스 효소를 만들지 못하는 소수의 비운의 아기들! 그 아기들은 분유대신 주사액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아 생명을 연맹하고 있었고, 부모들과 아기들은 하루하루 힘겨운 날들을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M모 기업에서는 최근 몇 년간 그 아기들을 위한 특수한 분유를 개발하여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펩신과 라이페이스가 없어 영영소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분유. 실제 일 년에 몇 백 통 정도만 필요하지만, 대량생산이라는 공장형 기업의 특성 때문에 만 여 통을 생산하고 유통기한이 지나면 버리는 분유. 그 특수 분유를 손실을 감수하고 생산한 것이다.
그러나 이 기쁨도 잠시. 경쟁업체였던 A기업의 스파이가 M모 기업에서 개발한 특수 분유의 샘플과 제조법이 적힌 논문을 복사해 갔다는 소문이 돌았고, M모 기업은 경찰에 이 사건을 의뢰하게 되었다. 경찰은 A기업을 압수수색하여 용의자를 추렸고, 특수 분유로 추정되는 샘플 몇 개와 논문의 복사본을 발견하고 신곡 과학 수사대에 의뢰하였다.
과연 신곡 과학수사대는 이 샘플이 특수 분유인지 알아낼 수 있을지, 논문에 남아있는 지문을 통해 범인을 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특수분유...
매일유업에 이 특수분유를 구입할 수 있을지 연락을 해보았다. 연구소쪽과 통화를 했는데 수업에 이 분유를 이용하여 영양소 검출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 하니 연구원분께서 감사하게도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없는 특수분유(프로테인 프리 포뮬러), 몇가지 아미노산만 포함된 특수분유(MPA 포뮬러), 단백질이 디, 트리펩타이드 식으로 분해되어 포함되어 있다는 특수분유(HA 포뮬러), 일반분유를 택배비를 본인이 부담하시며 보내주셨다.
추석 전이라 택배물량이 매우 많은데도 너무 감사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동영상에 나오는 박정식 연구원님이셨다. ^^)
여기서 중2 아이들의 수준을 고려하여,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포함되지 않는 프로테인 프리만 이용하기로 하고, 지방성분이 없는 분유를 물어보니 아기의 경우 에너지를 지방으로부터 많이 얻기 때문에 분유 제조 규격상 지방이 몇 퍼센트 이상은 꼭 들어가야 되어서 지방이 없는 분유는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분유대신 무지방 우유를 사용하기로 했다.
두번째 할일은 지문검출 실험...
닌히드린을 이용한 지문 검출 반응의 경우 몇 번 해봤지만, 상황과 사람에 따라 지문이 나오는 정도가 달라서 고민을 했다.
(특히, 내 손은 지문검출이 잘 안되는 손에 속한다. -_-)
지문 검출 실험에서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계신 전화영 선생님께 물어보고 블로그를 찾아보니, 안전상의 문제도 있고 하니 닌히드린을 에탄올에 녹여서 사용하고, 아무 핸드크림을 손에 잘 바르고 비닐장갑을 꼈다가 빼고 지문을 채취하면 잘 나온다고 하셨다.
그래도 다양한 정보를 얻고, 쉽고 간단하게 지문을 검출하는 방법이 있을까 해서 스프레이식 닌히드린을 구입하고자 과학수사쪽 물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알트라이트에 연락을 해봤다. 전화를 했더니 김덕후 사장님이 직접 받으셨고, 지문채취 때문에 스프레이식 닌히드린을 구입한다고 하니 후드가 없는 실험실에서는 매우 위험하다며, 닌히드린 가루를 사서 아세톤에 녹여서 사용하라는 얘길 하셨다.
자기도 지문이 잘 안나오는 편에 속하며, 이 실험이 원래 시간이 필요한 실험이지만 아이들과 실험할 때는 실험결과가 즉각 즉각 나와야 아이들이 재미있어하지 않냐며, 아세톤을 이용한 제법을 알려주셨다. (제조법 : 닌히드린 0.5g + 아세톤 100mL + 아세트산 1mL)
아세트산은 왜 첨가하는지 모르겠지만 외국의 문헌에 나와있는 제조기법에는 항상 들어있었고, 막상 빼고 닌히드린 용액을 제조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길 하셨고... 닌히드린이 아세톤에 무한정 녹지만, 많이 녹인다고 잘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길 하셨고...
실제 실험결과 에탄올을 용액으로 사용한 것과 지문검출에는 별 차이가 없는 듯 하지만, 아세톤+아세트산 쪽이 용액이 금방 마르고 좀 더 깔끔하게 나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
이제 범인에 대한 아이디어...
예선에서는 범인에 대한 단서가 너무 간단하였는데, 손미현 쌤한테 수업얘기를 하니 범인의 경우 다양한 증거를 찾을 수 있게 해주고 그 증거를 다 종합하면 한 사람의 범인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샘플 A,B,C,D를 범인 A,B,C,D와 연관시키고, 범인들의 지문은 그냥 알아보기 쉽게 궁상문, 제상문, 와상문 형태로 주었다. 그리고 최후 진술에서 약간 생뚱맞긴 하지만 한 사람이 과학적 이야기를 하는데, 이 내용에 과학적 오류가 있어서 약간의 힌트가 될만한 내용을 넣었다.
아이들은 지문, 샘플, 과학적 오류를 찾아내면 되고, 이 세가지가 공통된 사람이 범인이 되는 것이다.
아래 동영상은 학교 선생님 몇분이 도와주셔서 급조한 영상.. ㅋ
아뭏튼 이렇게 수업준비에 대한 큰 틀은 끝냈다...
실제 수업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역시나 추석 연휴였다. -_-;
9월 셋째, 넷째주, 10월 첫째주 까지 수업을 해야 하는데, 짧은 2학기 일정에다 9월 넷째주는 시험이 껴서 도저히 수업준비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추석연휴가 있다는 것을 다행이라 생가하며.. ㅋ (추석연휴에 여유가 있다는 것은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영양소 검출 실험은 예전부터 코팅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양이 많아지면 서로 섞이는 단점이 있어서,
이번에는 코팅용지 대신 SSC홈판을 사용했다. 훨씬 깔끔하긴 했다.
예비실험에서 영양소 검출 결과는
단백질 검출은 확실히 구분이 된다. 특히 무단백질,무아미노산 분유인 '프로테인 프리' 의 경우 뷰렛반응의 색깔이 안보인다! 신기!
그런데, 지방은 정말 색깔이 애매하였다. (무지방 우유의 뷰렛반응 색깔은 되게 진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확실히 찾게 하기 위해서 우유대신 샘플하나를 흰 물감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거 약간 조작... 은 아니고.. -_-);;
(샘플A : 일반분유 , 샘플B : 프로테인프리 , 샘플C : 흰색 물감 , 샘플D : 무지방 우유)
이제, 논문에 범인 지문 남기기
범인의 지문은 내 손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내 손은 지문이 잘 남지 않아, 휴지에 특수분유 중 HA (폴리펩티드 형태의 단백질로 이루어진 분유)를 적시고, 스탬프 찍듯이 찍어서 남겼다. 다행히 잘 나왔다! (내 오른손 엄지손가락은 제상문이다~)
가짜 논문 사진이다..
ㅋ 진짜 엉터리다! 현장과학학회 학회지를 이용한건데, 한글 제목과 영어 제목이 다르다! -_-;;
(하지만 나중엔 다시 영어도 제대로 만들어서 수정하여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사건 소개 동영상은..
지난번과 비슷하게 X파일 응용해서 만들었다. 뭔가 좀 더 재미나고 아이들의 관심을 팍! 끌 수 있는 흥미유발 동영상을 만들고 싶었는데,
능력부족에 아이디어 부족이다. -_-;;
역시나 몇가지 꾸미기 출력물들
출입문 앞 분위기 조성 사진! ㅋ (폴리스라인까지 치고...)
아이들이 지문 검출을 할 장소! (교실 앞 실험테이블)
그동안 수업 자료 및 결과물들 전시 - 이건 약간의 나에 대한 PR, 그리고 수업보다 심심하시면 보시라고...
그리고, 추석 연휴 마지막날은 10반 여학생들이 몇 명와서 수업준비를 도와주었다.
학생들이 조별로 발표할 판넬들.. 고마운 학생들 ^^
3. 실제 수업(1차시, 2차시)
실제 수업(1차시-예비 리포트)
SSCS수업 모형을 사용하다보니, 2차시 수업을 해야 수업모형을 다 적용할 수 있다. 내가 잘 이해한건지는 모르겠지만 1차시 수업에서는 문제상황을 인식하는 단계라 여기서 개인별로 지문검출 실험을 해보았다.
학생들의 지문 검출이 잘 될까 걱정했었는데, 매우 잘 나왔다. 아이들의 경우 옛날 입안 상피 세포 관찰도 그렇고.. 한참 자라나는 학생들이라 세포분열이 왕성해서 그런건지... 잘 되었다! ^^ (다행임)
실제 수업(2차시-범인 찾기)
참관하셨던 분은 다른 학교 교장, 교감 선생님으로 세 분이 오셨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뻔뻔하게 수업을 했다.
역시, 영양소 검출 실험을 해봤던 학생들이라도 1학기때 했던 실험이라 많이 헷갈려 한다. 참관오신 교감선생님이 몇몇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셨던 것 같은데 잘 했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뭘 검출해야 하는지 이해가 부족한 학생들도 있고... 흥미도가 떨어질까봐 예비 수업을 하지 않았더니 이게 문제다.
그리고 역시 수단III로 지방 검출시 어느 것이 지방이 있고, 없는지가 많이 헷갈려했다. (흰색 물감을 사용해도...)
또, SSCS 모형의 특징이 조원끼리, 또는 조별로 실험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인데, 이 실험에서는 학생들이 별로 아이디어를 발표할 만한 것들이 없었다.
해보지는 않았지만 가열하는 실험의 경우(베네딕트 반응) 거름종이에 영양소와 검출시약을 떨어뜨리고 다림질로 가열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각 조별 실험발표 판 몇개...
수업ppt 와 지도안
4. 수업을 끝내고
올해는 정말 학생들의 수업태도 및 생활지도에 대한 나의 한계에 대해 뼈저리 느끼고 있는 해이다.
그래도 같이 수업했던 2-10반 학생들이 착하게도 집중하여 수업을 들어주어 다행이었다. ^^
1. 확실히 지방 검출 실험의 경우 직접 수단III 용액을 제조해서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것이 지방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무지방 우유들을 제품별로 구입하여 좀 더 다양하게 실험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 SSCS수업의 특징은 실험방법 아이디어 찾기인데 이번 실험의 경우 아이디어가 부족했다.
(종이에 베네딕트 반응을 시키고, 다림질을 해보는 것이 과연 유용한지 추가로 해봐야 겠다.
근데 된다하더라도 다림질 하는 것이 더 간단한걸까?)
3. 이것은 내 불찰인 것 같다.
범인을 발표하기 전 무언가 기대감과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배경음악이라든지,
범인을 맞춘 조에 대한 보상이라든지.... 이게 아무것도 없었다. -_-
발표하고 나니 뭔가 허무함... ㅎㅎㅎ
4. 그리고, 이것은 지난 번에도 느꼈던 것인데, 실험시간의 부족으로 모든 조의 학생들이 완료되고 범인 발표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결과에 대해 충분히 토의하고 이야기 나눌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데, 이건 정말 아무리 실험을 빨리 해도 처음 해보는 학생들과는 시간이 확보되지 않는 것 같다.
(이게 가장 큰 감점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5. 또 내가 물리전공인데, 어찌하다보니 계속 물리보다는 화학, 생물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수업을 짰다.
한 학생이 수업 끝난 후 나에게 빛을 이용한 3탄 하실 생각 없냐고 했는데... ㅋ (맥가이버 드라마 같은...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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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나름 열심히 준비했지만, 결국 이번에도 등급은 받지 못하였다. -_-;
내심 기대를 조금 했는데,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았나보다.
그래도 평가해주셨던 분들이 과학과 관리자들이니까 뭔가 전문적인 코멘트를 해주셨으면 했는데,
연구대회라 원래 그런것은 없다고 한다.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은 좀 더 발전시키면 좋을 것 같고 이런 얘기가 없으니, 좀 답답하다.
암튼, 다시 좋은 기회가 오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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